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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들꽃과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기에...

들꽃과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기에...
[포토에세이] 내 카메라에 담긴 야생화 ①
국은정(vin78) 기자
▲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산길에서도 조금만 눈을 낮추면 쉽게 볼 수 있는 현호색, 나팔을 부는 듯한 하늘색 꽃이 예쁘다.
ⓒ 국은정
"아무리 찍어대면 뭘 하나. 그것과 얘기를 나누어야지."

김지수의 어른을 위한 동화 <들꽃 이야기>에 나오는 대화이다. 봄꽃들이 숨막히게 피어나는 이즈음이면 고질병처럼 도지는 내 야생화에 대한 집착이 스멀스멀 솟아오른다. 산 속에서 들길에서 야생화에 눈을 맞추고 정신을 잃는 내게 누군가 저렇게 따끔한 일침을 보내줄 것만 같다.

▲ 숲 속 그늘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큰괭이밥, 이 꽃에 홀려 숲의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 국은정

▲ 숲 속 바위 밑에 나란히 피어있던 큰괭이밥 무리.
ⓒ 국은정
며칠 사이 야생화들이 피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헤맸다. 사람들이 흔히 다니는 길가 옆이든 시외 한적한 들길이든,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그늘 자리든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어느 날은 숲 속에서 야생화와 숨바꼭질에 빠져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린 후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다니는 산길에서는 이미 너무 멀어져 버린 비탈진 바위 곁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 자신에게 물었다.

'대체 얼마나 깊이까지 들어와 버린 것일까? 전생에 나는 누구였을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거지?'

▲ 깽깽이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연보라색 꽃빛이 너무 단아하고 아름답다.
ⓒ 국은정

▲ 앵초, 이제는 도심의 화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앙증맞은 야생화.
ⓒ 국은정

▲ 4월 깊은 산중에서 만난 노루귀, 늦게 피어난 꽃이 안타까울 만큼 청아해보였다.
ⓒ 국은정

▲ 숲 속 바위틈에서 때 늦게 피어난 노루귀, 꽃빛에 흠뻑 취해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 국은정
야생화에 홀린 날에는 정말 온몸이 땀에 흠뻑 적도록 숲 속을 헤매기도 하는 내가 요즘은 조금 두렵기도 하다. 집착은 병을 낳는다는 말을 믿고 있는 나이기에 더욱 그렇다.

▲ 피나물, 매미꽃과 너무 많이 닮아서 전문가들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 국은정

▲ 동의나물, 노란 꽃송이들이 마치 봄을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 국은정
하지만 나의 이 고질병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다. 단지 내게 들꽃은 뭔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느낌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쪼록 내 욕심이 들꽃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면 먼저 내 안의 나를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을 단단히 새길 것이다. 소유가 아닌 존재로서 아름다운 들꽃과 나, 그 사이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 봄맞이꽃, 이름처럼 봄을 마중나온 듯이 수줍은 모습니다. 이 꽃을 보면 신부의 머리에 꽂아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국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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