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조선 건조량 364% 급증
엔진 제조 등 극히 일부 빼고 모두 생산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도 수주 경쟁
입력 : 2007.06.13 23:00
“한국 추월은 시간문제일 뿐이죠. 이르면 5년, 늦어도 7년, 2015년에는 분명 중국이 앞섭니다.” 중국 3대 화로 중 한 곳이라는 난징(南京)은 역시 무더웠다. 수은주는 섭씨 30도가 훌쩍 넘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난징 북서쪽으로 70㎞, 자동차로 1시간30분쯤 달리자 진링(金陵)조선소가 나타났다. 조선소에는 햇빛으로 한껏 달궈진 후판(厚板)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뼈대를 드러낸 선체 안팎에선 용접 불꽃이 쉼없이 번뜩였다. ‘세계 일류 품질을 지향한다’는 글귀가 새겨진 300?급 타워크레인은 블록 형태로 만들어진 선체 부품을 조립하는 현장으로 쉴새없이 실어 날랐다. 10층 빌딩보다 더 큰 선박 7~8척이 현장 곳곳에 우람한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3만7000t급 탱커선 등 12척을 한꺼번에 짓고 있어요. 5년치(2012년) 일감을 다 확보해 놨습니다.” 거뱌오(葛標·56) 외사판공실장은 “100% 독일·스웨덴·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것들”이라 했다. 중국 내 9위(건조량) 진링조선은 상하이 인근에 현재 조선소(10만평)보다 3배 큰 제2공장을 짓고 있다. 부지 규모로 보면 한국의 4~5위권 수준이다. 거뱌오 실장은 “제2공장을 지어도 중국에서 10등 하기도 벅찰 것”이라고 했다. 중국 조선소들이 대대적인 시설 확장 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장(長江·양쯔강)삼각주 일대에만 신조(新造) 능력을 가진 조선소가 1200개가 넘는다고 해요. 정부도 누구도 중국 조선의 전모를 알 수 없습니다.”
한국 조선업은 세계 1위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며 1위를 사수할 수 있을까? ‘10년은 간다’는 낙관론과 ‘5년도 힘들다’는 비관론이 교차한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선박 건조량이 364% 늘었다. 한국(166%)의 2.5배다. 작년 수출액은 82억달러로 2005년(47억달러)보다 72% 늘었다.
중국은 작년 말 ‘2015년 세계 조선 점유율 35%를 차지하는 1등 조선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국륜국조(國輪國造·중국의 물류는 중국이 맡는다)’원칙 등 조선 산업 육성 정책도 확고하다. 조선 회사들에 시설·기술개발 지원, 국내 물량 우선 발주 등 갖가지 지원과 혜택을 주고 있다. “해외 자원·에너지 확보에 그치지 않고 운반을 직접 중국이 해야 안보를 단단히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조선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원동진 상하이 상무관은 설명했다.
진링조선 마비하이(馬必海·61) 사장에게 중국 조선의 미래를 물었다. 45년간 조선업계에 몸담은 원로 경영자의 입에선 주저 없이 “1등은 시간 문제”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첫째, 공산당의 영도적 지도와 아낌없는 지원이 버티고 있어요. 또 제강·부품 등 조선 연관 산업도 눈부시게 성장 중입니다. 이어 중국 조선소들도 투자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기술 축적 또한 빨라요. 전문대 이상 교육을 받은 양질의 풍부한 생산인력과 세계사를 장식했던 중국 조선 산업의 장구한 역사도 든든한 기반입니다.”
‘중국 조선이 한국을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역사적 필연과 다름없다고 확신하는 듯 느껴졌다. “한국의 대형 조선소들은 시설이 좋고, 공정관리, 설계기술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엔진 제조 등 극히 일부를 빼고는 중국도 다 가지고 있고, 규모는 중국이 더 크죠.”
- ▲중국 난징에 있는 진링 조선소 전경.‘ 세계 해운을 지향하자’고 쓰여 있는 대형 크레인이 10여 층 높이의 대형 선박을 건조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난징=방성수 기자
같은 날 오후, 상하이 서북쪽으로 100㎞쯤 떨어진 장쑤(江蘇)성 신항(新港)에 위치한 뉴 센트리 조선소. 중국 5위인 이 조선소는 800?급 타워크레인을 새로 들여오는 등 시설 확장이 한창이다. 황빈(黃斌·40) 관리부장은 “원유·화학 운반선 등 해외 수출용 선박 10척을 동시에 짓는다. 2012년 물량까지 수주가 끝났다”고 했다. 놀라운 것은 이 조선소가 짓는 대형 유조선의 설계를 경남 창원의 한 설계 회사가 맡고 있다는 사실. “자체 능력도 있지만, 한국에서 사는 게 시간과 가격에서 유리합니다.”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 푸둥중화(浦東中華)조선소. 40만평 부지에 직원 1만4000명. 상하이 외고교(外高橋)조선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조선소다. 이 조선소는 한국 조선의 주력 상품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 선박을 짓고 있다. 그만큼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뜻이다. 2002년 이후 LNG선 5척을 수주, 이르면 올해 10월 첫 LNG선을 인도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 조선·해운 회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보안도 철저했다. 정문 사진 한 컷을 찍자, 요란한 휘슬 소리가 나더니 군복 차림의 경비원 4~5명이 순식간에 에워쌌다. 찍은 사진을 삭제하고서야 겨우 풀려났을 정도였다. 도로 반대편 빌딩에서 보이는 조선소 전경은 울산 현대중공업, 거제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과 다르지 않았다. 멀리 초대형 타워크레인이 보이고 컨테이너 8500개 적재가 가능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물론 고부가가치 선박인 크루즈선 모양의 선박도 눈에 들어왔다. 무서운 기세로 세계로 달려가는 중국 조선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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