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풀지 못한 교통문제, 과학이 풀어내다
입력 : 2009.10.13 03:12
비용 줄이고 편의성 높이는 버스 운송 최적화 기법 개발
병원·학교 효과적 배치 등 포스텍·KAIST 과학자들 공공정책 해법 잇달아 제시
수만 대의 버스가 도시를 다니지만 사람들은 늘 배차 시간이나 노선에 불만이다. 공무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대책을 마련하지만 불만이 줄어들지 않는다. 보건소나 학교를 어디에 세울지 결정하기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과학자들이 최근 이런 사회 인프라와 관련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잇달아 제시했다. 과학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비용 절감과 편의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것이다.- ▲ 퇴근길의 시민들이 자신을 태울 버스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김병인 교수팀은 버스 대수는 줄이면서도 시민의 편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버스 노선 설계 기법을 개발했다.
버스 노선은 거미줄 이상으로 복잡하다. 수천 개의 정류장을 다니는 버스들이 가능한 한 중복되지 않게 하면서 승객들을 효율적으로 수송하는 문제는 학계에서도 고난도의 문제로 분류된다. 포스텍(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김병인 교수팀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컴퓨터 모의실험을 결합해 버스 운송을 최적화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1만 대의 버스가 4000개의 버스 정류장을 통과하면서 200개의 종점으로 각기 향하는 운송 시스템을 가정했다. 일단 지리정보시스템이 제공하는 버스 경로별 거리와 비용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다음엔 수억 개의 가능한 버스 노선 중에서 경로가 겹치는 노선을 찾아내 제외했다. 중첩된 노선을 제외하면 비용 절감은 가능하지만, 승객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팀은 기존에 시민이 누리는 편리성은 보장하면서 중첩된 노선을 최대한 제외하는 방식으로 최적화된 버스 노선을 찾아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대한산업공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김 교수팀은 미국 한 도시의 의뢰를 받고 이 프로그램을 해당 도시의 대중교통 시스템 개선사업에 시범 적용, 10~15%의 버스를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5000만달러(약 1650억원)에 이른다. 유사한 방식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찾아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에는 자재를 나르는 160대의 무인 자동차가 있다. 김 교수는 무인 자동차의 20%를 줄여 연간 30억원의 경비를 절약할 수 있게 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버스 운송 최적화 기법은 도시의 쓰레기 수거에 사용되는 청소차 배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버스 운송뿐 아니라 다른 자원의 효과적인 배치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물리학으로 보건소 지을 곳 확인
영화관이나 수퍼마켓 같은 이윤 추구 시설의 배치는 시장 원리에 따라 정해진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영화관이 몰리지만 장사가 안 되는 외딴 지역에는 영화관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보건소나 병원 같은 공익 시설은 그와 다르다. 사람이 없는 지역이어도 일정 숫자의 학교, 보건소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책 당국자의 고민이 있다. 무조건 많이 지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어 꼭 필요한 곳을 정확하게 찾는 게 중요하다.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와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는 통계물리학을 이용해 시장 원리에 따르는 이윤 추구 시설과 보건소 같은 공공시설물을 구분할 수 있는 표준을 제시했다. 바로 '축척(縮尺) 지수'다.
축척 지수는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이발소, 병원 같은 시설물의 거리와 이용 빈도를 조사해 이 변수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수치다. 즉 인구 밀도 대비 시설물의 개수를 보여 주는 수치다. 축척 지수가 0이면 인구 밀도와 완전히 상관없이 시설물이 골고루 분포됐다는 의미이며, 지수가 커질수록 인구가 조밀한 곳에만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공공시설물의 축척 지수는 일반적으로 0.66보다 낮았다. 미용실·커피 전문점 같은 이윤추구 시설물의 축척 지수는 1 근처였다. 정책 당국자는 학교나 보건소를 추가로 지을 필요가 있는지 판단할 때 정 교수팀의 축척 지수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학교를 신설해야 하는 지역의 축척 지수가 0.66보다 크면 새로 지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국내 주요 공공시설물의 축척 지수를 조사한 결과 소방서는 0.6, 보건소는 0.09의 축척 지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는 소방서는 0.78, 개인 병원은 1.13의 수치를 얻었다. 정 교수는 "보건소의 축척 지수가 0.09인 것은 인구 밀도와 무관하게 골고루 잘 분포돼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의 공공 의료 서비스 인프라가 미국보다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25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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