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注
‘
注(주)’에는 다양한 뜻이 있다. ‘
注’는 ‘수’와 ‘
主’가 합쳐진 한자이다. ‘
主’는 갑골문에서는 ‘나무에 붙은 불’을 나타낸다. 나무에 불이 붙는 것은 곧 산불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
注’는 ‘물’과 ‘산불’의 관계를 곧 ‘산불이 나는 곳에 물을 붇는 상황’을 표시한다. 따라서 ‘
注’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물을 대다, 물을 붓다, 물을 따르다, 물을 쏟다’가 된다. 이로부터 ‘물이 흐르다’라는 의미가 나오고, 다시 이로부터 ‘비가 내리다’라는 뜻이 나온다.
산불이 난 곳에 가서 물을 대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모여야 한다. 그러므로 ‘注’에는 ‘모으다, 모이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注目(주목)’은 ‘눈을 모으다’라는 뜻이다. ‘注目하세요’라고 말하면 그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물을 붓는 것은 곧 물을 쓰는 행위이다. 이에 따라 ‘注’에는 ‘물을 쓰다, 사용하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물을 사용하기 위해 ‘물을 담아 놓는 그릇’이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옛날에는 붓을 빨고 먹을 갈아서 글자를 썼다. 이 행위가 물을 사용하는 행위로 보였다. 따라서 ‘注’에는 ‘적다, 기록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무엇을 적거나 기록하는 행위는 곧 행위자의 생각을 적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부터 ‘뜻을 쏟다, 마음을 쏟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다시 이로부터 ‘풀이하다,
註(주)를 쓰다,
註(주),
註解(주해)’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
註’는 내용의 어려운 부분을 해설하여 준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
註解書(주해서)’는 ‘어떤 책을 좀 더 알기 쉽게 풀이하여 쓴 책’이라는 뜻이다. ‘
注入(주입)’은 ‘물을 쏟아 붓듯이 들어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
入’은 ‘들어가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注入式敎育(주입식교육)’을 싫어한다. ‘
注射(주사)’는 ‘물을 부어 적중시킨다’는 뜻이다. ‘
射’는 ‘쏘다, 적중시키다’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