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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사극열풍, 진짜 이유는 뭐?

사극열풍, 진짜 이유는 뭐?

2007년 09월 22일 (토) 07:30 뉴스엔

[뉴스엔 이현우 기자] '대조영', '왕과 나', '태왕사신기', '이산' 등 대형 사극이 줄을 잇는다. 사극 말고는 볼게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고, 갑작스러운 사극 열풍에 왜 사극이여야만 하는가 분석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사람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정국에 민심이 동요하는 까닭 때문이라고도 하고, 영웅 부재의 시대에 사람들의 공허한 심리를 파고들 수 있는 소재라는 점을 근거로 삼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이유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 제작사들이 대형 사극을 선호하는 까닭은 블럭버스터에 대한 욕구도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블럭버스터란 흥행을 목표로 철저한 기획과 준비를 통해 제작되는 작품을 말한다. 제작사들의 블록버스터에 대한 강한 욕구가 적게는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의 엄청난 제작비와 위험을 감수하고도 대형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까닭이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작품으로 가장 안전한 소재와 영역이 바로 사극이다. 특히 현대물 드라마가 대박의 기준을 20%까지로 끌어내리며 전에 없이 불황을 타고 있는 이유도 사극 선호의 한가지 이유다.

사극은 기본적으로 중장년층의 고정 시청자 층이 존재한다. 역사라는 소재의 보편성과 교육적인 효과 등을 고려해 비교적 안정된 시청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20~30년 사극을 제작하면서 쌓인 노하우, 검증된 실력을 갖춘 연출가와 극본가, 과감한 투자 등의 요소는 사극 불패의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사극이 비슷비슷한 중견 배우들에서 탈피해 젊고 실력있는 스타를 캐스팅하여 전면에 배치하는 것 또한 블록버스터로서의 사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모든 제반 조건들은 방송사의 편성권을 얻는데도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PPL(간접광고)과 방송사 공급계약 및 시청률에 따른 연동 개런티에 한정되던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구조가 DVD 및 해외 판권, O.S.T, 부가 상품의 개발 등으로 다양해진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태왕사신기'의 만화 제작 움직임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MBC '태왕사신기'의 경우 방영전부터 43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방영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태왕사신기'는 이미 해외 판권만으로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인 상태다.

한류가 많은 부분 거품이 빠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한류는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이며, 사극의 경우 다른 나라의 역사를 다룬다는 낯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히 선호되는 장르다. 이는 메이드인 코리아 사극이 정치적 암투 등의 남성적인 요소 뿐 아니라 멜로적인 요소까지 담고 있어 역사를 넘어 보편적 이해를 얻는데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제작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의상 등은 방송국의 미술팀과의 기술, 자본 협조로 이뤄지고 있으며, 매번 대형 사극 제작과 함께 건설되는 대규모 오픈세트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약으로 상당 부분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준다. 현대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는 PPL의 한계가 있음에도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회할 수 있는 것이다.

SBS '왕과 나'를 제작하고 있는 올리브나인의 관계자는 "드라마 초반이라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전통주 등의 드라마 관련 상품의 개발을 추진중"이라고 전하며 "드라마가 후반부로 진행되면 오픈세트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드라마 관련 특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구조 다각화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경제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블록버스터는 기본적으로 웰-메이드 전략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시장을 분석하고 실패하지 않는 문화 컨텐츠의 개발과 시스템의 확충은 우리문화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는 사극에 한정된 블럭버스터의 영역을 다양한 소재개발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뛰어 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문화 성장의 거대한 원동력으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현우 nobody@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