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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려청자 운반선에서 고려시대 목간 최초 발견

고려청자 운반선에서 고려시대 목간 최초 발견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문화재청 발굴
신문웅 (shin0635)
▲ 고려시대 목간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 수중에서 최초로 발견된 목간.
ⓒ 신문웅
목간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 고려청자 운반선에서 고려시대목간이 국내 최초로 발견돼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국보급 희귀문화재도 다량 발굴됐다.

문화재청은태안 수중문화재 발굴과 관련"고려시대 목간(木簡) 외에도 청자철화퇴화문 두꺼비형벼루·과형주자 등 국보급 희귀유물이 발굴됐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간이 목간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고려시대 유물로는 국내 최초인데다 수중 발굴이어서의미를 더하고 있다. 벌써부터 고고학계가기대와 함께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바로이 때문이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수중 발굴팀은 "지난 8월 초부터 11일 현재까지1만 9165점의 고려청자를 발굴한 상태로3층 선체를 수습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주꾸미가 찾아준 고려청자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주꾸미 동상'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에 세우는 방안을이완구 충남지사, 진태구 태안군수와 협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유 청장이직접 동상의 그림과 향후 전시관에 고려운반선의 전시 형태를그려 언론에 공개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목간, 고려청자 운반 비밀 풀어줄 중요 단서


고려시대 목간(木簡)의 발견은 고려청자 운반의 비밀을 풀어줄 중요한 단서로 꼽히고 있다. 목간은 소나무 껍질에 묵서(墨書)를 한 것으로 생산지와 고려 운반선과 청자의 출항지, 배달처 등 거래관계가 적혀있는 지금의 짐표 개념으로 10여 개가 발견되어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간에서 밝혀진 내용은 탐진(耽津, 지금의 강진)에서 개경의 최 대감(崔大卿) 집으로 사기 1과(沙器一)를 보낸다는 내용과 생산지, 출항지, 거래관계, 운송책임자, 선박적재 단위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도자기의 생산 및 거래경로는 물론 강진의 가마운영체제 연구를 밝혀낼 수 있는 등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자 운반선의 정확한 형태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동서방향으로 침몰된 구조와 기형별로 다량의 청자가 최소 4층에 적재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함께 인양한 1만 9천여 점의 도자기는 12세기 중반경의 고려청자들로 당시의 도자기 선적방식이나 기종 간의 조합양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청자철화퇴화문두꺼비형벼루(靑磁鐵畵堆花文蟾形硯)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는 최초 발견으로 확인되었다.

▲ 두꺼비형 청자벼루(왼쪽)와 청자사자형향로
ⓒ 신문웅
청자 벼루

문화재청 관계자는 “철화와 퇴화(표면에 물감을 두껍게 올려서 만드는 무늬)로 시문된 두꺼비형의 청자벼루는 매우 희귀한 예로 두꺼비의 피부 융기와 눈동자를 철화와 백퇴화로, 입과 다리부분은 음각으로 표현했으며 번조시 불량 방지를 위해 속을 파낸 부분까지도 유약을 시유했고 비교적 유약이 두꺼운 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자사자형향로'도 사자의 해학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이 익살스럽게 표현돼 있다.

이밖에 청자대접과 접시·완·잔 등의 일상기명과 소형단지와 소형청자 받침대들도 다량 확인되었다. 쐐기목·밧줄·잡유호(젓갈추정 생선뼈 발견)·철제솥 등이 인양되었는데, 이는 선원 생활상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공개된 유물 중의 일부를 오는 12일부터 17일까지 태안군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태안 바다 속, 고려청자 천 년의 이야기'를 통해 일반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노 학자 흥분 시킨 '목간' 공개 현장
충남 태안 수중발굴조사 중간 보고... 고려시대 '목간' 최초 발견
신문웅 (shin0635)
▲ 고려청자 운반선의 비빌을 풀어준 목간 태안 보물선에서 최초로 발견된 고려시대 목간
ⓒ 신문웅
목간 고려청자

"우리나라의 큰경사다", "이처럼 흥분된 순간은 처음이다", "목간과 사자형 향로와 두꺼비형 벼루는 경이 그 자체다."

태안보물선유물을 보고 크게 기뻐하는 정양모 전관장과 유홍준 청장
ⓒ 신문웅
고려청자

지난 1963년부터 문화재 발굴을 했다는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11일, 충남 태안 대섬 인근해역에서 진행 중인 수중발굴조사 중간 보고회장을 찾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무엇이 이 노 학자를 흥분시켰을까. 단연 목간(글을 적은 나뭇조각) 때문이다.

정 전 관장은 "목간이 계속 발견되고 있으니 연대 표시가 된 목간이 하나만 나온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지금까지 우리나라 도자사에서 정확한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목간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번에 연대가 표시된 목간이 하나만 나와도 우리나라 고려 도자사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정 전 관장은 "오늘 공개된 대부분의 청자들이 12세기 전반기에서 크게는 11세기 말의 작품이나 기법들을 보여 그동안 고려청자 발굴사를 한 단계 올려 놓었다"고 말했다.

특히 청자사자형향로의 경우 "중국에서도 발견된 것은 향로와 받침대가 분리가 되어 향이 받침대로 나오지만 이번에 발견된 향로는 받침대를 통해 사자의 입에서 향이 나오도록 된 기법으로 우리민족의 용맹성을 볼 수 있는 최초의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현식 목포대 사학과 교수는 목간 발견 의미에 대해 "1976년 발굴된 중국 원나라 선박 신안선에서 중국 목간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수중에서 고려시대 목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 15~16개의 목간이 발견되었으나 완형품은 없어 안타깝지만 발굴과정에서 연대를 알 수 있는 완형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신비 드러낸 고려청자 기자 회견장에서 공개된 태안보물선 2차 주요 고려청자들
ⓒ 신문웅
고려청자
▲ 사자와 두꺼비 이날 공개된 유물 가운데 최고의 가치로 인정을 받은 청자사자형 향로와 두꺼비형 벼루
ⓒ 신문웅
고려청자
▲ 포효하는 청자사자형향로 태안보물선에서 발굴된 청자사자형 향로가 익살스럽지만 포효하고 있다.
ⓒ 신문웅
고려청자

적외선 촬영을 통해 목간을 분석한 결과 "'탐진역재경대정인수(耽津亦在京隊正仁守)', '○○재선진(○○載船進)', '○안영호부사기일과(○安永戶付沙器一<의+과>)', '최대경택상(崔大卿宅上)' 등의 문구와 수결(사인)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탐진역재경대정인수(耽津亦在京隊正仁守)'는 탐진(강진의 옛이름)에서 서울(개경)에 있는 대정(하급군관) 인수에게 보낸다는 뜻이다.

'○○재선진(○○載船進)'은 '○○이 배에 실음'이라는 뜻으로 '○○'은 선적책임자의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

'○안영호부사기일과(○安永戶付沙器一<衣+果>)'는 '○안영의 집으로 사기 일과를 보낸다'는 뜻으로 과(衣+果)는 사전적 의미로는 쌀을 포장한 꾸러미를 의미하나 여기서는 도자기 한 꾸러미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고려청자 관심 집중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각 언론에서 경쟁적으로 취재를 벌여 목간 발견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 신문웅
고려청자

최 교수는 "다른 목간에 80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때 일과는 80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대경택상(崔大卿宅上)은 최대경 댁에 올린다는 뜻으로 대경은 이름이나 관직명으로 현재의 청장급인 정 3품 정도의 벼슬의 별칭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가 개경으로 운반 중에 태안군 대섬 앞에서 침몰이 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홍준 청장은 "추워지기 전에 발굴을 마치려고 하는데 인원과 예산상의 큰 어려움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