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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에겐 유방이 있을까?

인간 生死에 관한 아주 유별난 보고서 <제1화>

하느님에겐 유방이 있을까?
2001-10-12 오전 9:56:33

들어가는 글

“신은 수많은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 내고, 인간은 이들을 탐험하느라 지친다.”
16세기 인도에서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비판적으로 통합, 개종(開宗)한 시크교는 앞선 두 종교의 천국과 지옥들을 살펴보는데도 이처럼 지쳤던 모양이다.
여기 ‘삶과 죽음에 대한 한 잡담(雜談)’은 한 사람이면 한 개의 천국과 지옥, 천 사람이면 천 개의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그 천국부터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현재에 사는 사람들이 나중에 가게 된다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짐작을 한다면 삶에 대한 태도도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짧은 지구에서의 삶에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영계 여행을 떠나 보자. 편집자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 일신교의 하느님에겐 젖이 나오는 유방이 달려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겐 ‘아담과 이브에게 배꼽이 있느냐’는 문제 정도의 비중을 갖는 의문이다. 하느님이 진흙을 빚어 아담을 만들었다면 탯줄이 필요 없었을 것이며, 그 탯줄 자국인 배꼽이 있을 리도 없지 않은가.

고민하던 화가들 가운데는 아담과 이브의 배꼽 부분을 긴 머리카락 등으로 살짝 가려 논의를 비켜 가기도 했다는데…….

'하느님의 유방’은 아담의 배꼽 논쟁과는 좀 다르게 전개돼 왔다. 남성위주의 종교였던 일신교들은 당연히 하느님을 남자로 알고 있었지만 1세기경 기독교와 함께 발생했던 그리스도교의 이단교단이었던 그노시스(gnosis)파는 하느님을 남녀 양성의 인물로 보았다. 요즘 페미니스트들의 ‘하느님 어머니, 하느님 아버지’라 부르는 그런 ‘양성구유의 하느님’주장과도 일치하지 않은가.

영지(靈智)주의적 그노시스파의 경전으로 뒤에 가톨릭에 의해 폐기되고 만 ‘숨겨진 성서’의 하나, ‘솔로몬의 노래집’에는 '성령이 아버지의 옷을 열고는 아버지의 두 유방에서 나오는 젖을 뒤섞었다네'라는 구절이 있다.
하느님에게는 젖이 나오는 유방이 있어 남녀 양성 모두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는 천지창조 연작 중 하느님이 여섯 번 등장한다. 빛과 어둠을 가르고 해와 달을 만들고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는 등의 모습이다. ⓒ프레시안

중세 서양 그림 가운데 유방 있는 하느님을 그렸다고 주목받는 것이 있다. 저 유명한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에 나오는 하느님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이 천장화에는 천지창조 연작 중 하느님이 여섯 번 등장한다. 빛과 어둠을 가르고 해와 달을 만들고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는 등의 모습이다.

하느님의 앞가슴은 요즘 미스터 월드 등으로 뽑히는 근육질의 보디빌더들 앞가슴보다 약간 더 볼륨이 있어 보인다. 이를 두고 하느님의 젖이 나오는 유방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반덴베르크의 소설 ‘미켈란젤로의 복수’에는 이를 여성적인 유방이라고 본다. 비록 소설이라 해도 종교·역사적 사실과 미술계의 의견 등을 충실히 조사한 편이어서 전혀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르네상스기에 접어든 시대, 지식인과 예술인들은 가톨릭에 의해 폐기되었던 이단의 주장들에 알게 모르게 동조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들의 학술과 예술 속에 잘 녹아들고 있던 시기다.

미켈란젤로 역시 그런 화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시스티나 천장화는 당시 가톨릭 교리를 교묘하게 비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느님의 유방 역시 이단 교리, 카발라(중세 유대교 신비주의)라든가 그노시스파를 바탕을 두고 젖이 흐를 수 있을 정도의 볼륨으로 그 풍성함을 그렸을 것이라 한다.

20세기 페미니즘은 이때부터 싹틀 준비를 했던 것인가. 그런데 미켈란젤로 자신을 모델로 했다는 같은 천장화에서의 예언자 예레미아의 가슴 역시 상당한 볼륨을 지니고 있다. 이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

경전 상에는 그 하느님이 계시는 천국에 다녀와 ‘천국 르포’를 쓴 예언자가 여러 명 있다. 그런데 이들 ‘천국 르포’에는 하느님 모습이 빛이라든가 불꽃이라든가 또는 거룩한 모습 등으로 상징화되었을 뿐 감히 성별을 갈라 놓지 못한다. 어찌 유방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그러면 다음은 그 ‘천국 르포’들을 살펴보자.


이현숙/장례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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