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운남성에서 여권을 잃어버렸다(4)
4. 중국 공안원도 같이 뛰었다.
밤11시에 곤명공항파출소에 갔다. 일행 중에 중국인 장공과 그 부인, 현선생 그리고 서선생이 함께 갔다. 조그만 방에 2-3명의 근무자가 있다. 여권을 분실해서 신고하러 왔다니까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완강하게 거부한다. 파출소에서는 내국인만 다루지 외국인 여권 분실은 공안부에 직접 가서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장공이 화를 내고 현선생이 소리친다. 무어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싸움판 직전이다. 장공이 전화기로 공안부를 대라고 한 모양이다. 장공이 통화를 하다가 파출소 직원에게 전화기를 건네준다. 30여분 실랑이 끝에 환한 얼굴로 서류를 꾸미기 시작한다.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숙소에 가서 다시 한번 찾아보라고 권한다. 숙소로 돌아와 찾는 시간을 때우고는 이내 돌아가 머리를 가로 젓는다. 서류에 싸인을 한다. 내일 아침 8시50분에 공안부 정문으로 가서 담당자를 찾으라며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다. 중국인의 느릿한 행동으로 보아 자신 없는 일이었지만, 파출소 신고가 잘 풀린 것처럼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다. 5시간을 잤을까, 새벽6시에 일어났다. 옷을 갈아 입고 짐을 몽땅 챙긴다. 사이에 산책을 하려고 호텔 밖을 나오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일주일 내내 맑더니 하필사 오늘 구질구질한 비가 내리고 있다. 일이 잘 안될 징조인가, 서성거리고 있는데 서선생이 곧 따라 나왔다. 아침 먹고 시작하자며 식당으로 간다. 입맛이 쓰다. 우유조차 목 넘기기가 힘들다. 대충 걸쳐 앉아 있다가 7시 반에 일어선다. 택시를 잡아타고 ‘공안부’로 가자고 한다. 시내를 내쳐 달려가 번화가에 내려놓는다. 8시가 조금 넘었으니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아직 상가 문을 열지 않고 있어 점포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한다. 8시 반에 전화를 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8시40분에 또 전화를 넣는다. 8시 50분 까지 정문 앞으로 오란다. 정확히 8시 50분에 젊고 멋진 친구가 막 달려온다.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짐꾸러미를 잔뜩 짊어지고 현관으로 들어서니 공안원이 짐을 나꿔채며 에레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12층에 닿는 동안에 가지고 간 서류를 건네받아 빠른 솜씨로 검토를 한다. 따라오라며 뛴다. 어느 방문을 열고 안에다 대고 뭐라고 소리치고 옆방으로 간다. 복사기에 가지고 온 서류를 넣고 복사를 한다. 자기 방으로 가더니 서류를 작성하고 싸인을 하란다. 몇가지 간단한 질문을 하며 서류 작성을 마친다. 빨간 도장이 찍혀 있는 분실증명서를 쫙 찢어서 건네준다. 다 되었다는 신호와 함께 가방을 챙겨 들어준다. 복도로 달려 나와 에레베이터 버튼을 눌러 준다. 12층 문이 열리자 밀어 넣듯 등을 떼민다. 빨리 가서 비행기 타라고 바삐 손짓한다. ‘바이바이’ 명함을 달라고 했는데 그럴 틈도 없다. 꼭 귀신에 홀린 듯 공안부 정문을 나설 때 시계를 보니 9시 7분이다. 17분만에 일을 끝내고 택시를 탄다. 출근시간이어서 마음이 바쁘다. 여자 택시운전자의 능숙한 솜씨로 공항에 9시 40분에 도착한다. 일행이 공항에서 짐을 부치려고 대기하고 있다. 환한 얼굴로 뛰어드니 팔을 번쩍 들고 대 환영이다. 박수를 받는다. 일 저질러 놓고도 환영을 받으니 계면쩍다. 한편 어린 왕자처럼 흐믓해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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